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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화신문] 제주도 예멘 난민, 우리를 성숙하게 할 ‘이웃’ 
작성자 카리타스  이메일  
작성일 2018-07-10 오후 5:01: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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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예멘 난민, 우리를 성숙하게 할 ‘이웃’
말레이시아서 입국한 예멘 난민 무비자 체류 기간 끝나 거리로 난민 혐오·추방 여론 봇물 터져
2018. 07. 01발행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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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인들은 2015년 발발한 내전과 풍토병으로 인구의 70%에 이르는 2000만 명이 전 세계를 떠도는 난민이 됐다. 사진은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정착한 예멘 난민들이 구호 물품을 얻기 위해 줄을 선 모습. 【CNS 자료 사진】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예멘 사람들을 둘러싸고 국민 시각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난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냐’, ‘무슬림 추방이냐’를 두고 지자체 및 종교계와 제주도민 및 국민들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양상이다. 특히 각종 온라인 포털에서는 난민에 대한 이해보다 “예멘 난민을 추방하라”는 댓글이 쇄도하는 등 난민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예멘인들이 난민으로 전락한 이유는 2015년 자국에서 시작된 내전과 풍토병 탓이다. 이로 인해 인구의 70%에 이르는 2000만 명이 집을 잃고 세계 각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예멘 난민들이 본격적으로 제주도를 찾은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 말레이시아가 체류 연장을 거부하면서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제주도가 다음 체류지가 됐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제주도 간 직항 노선이 생기면서 올해 4월부터 제주도 예멘 난민이 급증했다. 현재 제주에서 난민 자격을 신청한 예멘인은 52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법무부가 4월 30일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출도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고 육지로 가려던 예멘 난민들의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급기야 외교부도 6월 1일 예멘을 무비자 입국 가능국에서 제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비자로 30일 체류 기간을 넘긴 많은 예멘 난민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고, 해수욕장과 거리 등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예멘인들이 늘어난 상황이다. 제주 출입국ㆍ외국인청에는 예멘 난민들이 구호물품을 얻기 위해 줄을 선 광경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무슬림 혐오’와 ‘난민 추방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각종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무슬림들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 “난민이 먼저냐, 국민이 먼저냐”, “무서워서 제주도 가겠나” 등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예멘 난민을 제주도에서 추방하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고, 6월 26일 현재 43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가톨릭교회는 ‘난민에 대한 우선적 인도주의 지원과 환대’를 지향한다. 이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는 예멘 난민 4가족을 수용시설에 보호하고, 의료 지원과 한국어 교육, 상담 서비스 등 예멘 난민의 실질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에 거주 중인 외국인, 시민단체, 개인과 협력해 숙식할 공간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제주교구는 지역 시민단체와 협력하는 ‘예멘 난민 대책위원회’를 조만간 꾸려 대응할 방침이다.

교구 이주사목센터 김상훈(안드레아) 사무국장은 “무차별적인 혐오와 경계심으로 갈 곳 없이 탈출해온 이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난민 협약국으로서 난민을 거부하는 무늬만 인도주의 행세를 하고 마는 처사가 된다”며 “난민 입국 시 면밀한 서류 검토와 치안 대책 등으로 제주도민과 국민의 불안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동시에 난민 지원 또한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도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전국 각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와 함께 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내이주사목위위원회 총무 차광준(부산교구) 신부는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비, 공감대 형성이 상당히 부족함이 다시 드러난 결과”라면서 “각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와 협력해 모든 본당에 난민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회 가르침을 전하는 홍보자료를 배부하고, 난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신부는 또 “이번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한민국이 인권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로 여긴다”며 “난민 인권단체들과 함께 교회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전 세계 난민 숫자는 6850만여 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난민 관련 국제회의에 보낸 메시지에서 “난민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감정과 희망을 가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라며 “난민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를 더 풍성하게 하는 경험과 가치를 지닌 이웃으로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