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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신문]해외원조주일 한국 카리타스 직원 방담 
작성자 한국카리타스  이메일 webmaster@caritas.or.kr 
작성일 2008-03-20 오후 12:24:13  조회수 4335 
첨부파일  
[해외원조주일 특집] 2.한국 카리타스 직원 방담(放談)
“생사 갈림길에 선 사람들 형제애로 돌봐야”

한국 카리타스 15년 동안 해외 지원 ‘제자리 걸음’
월드비전은 알아도 카리타스엔 갸우뚱…홍보 시급
“해외 원조 하는 분일수록 국내 지원에도 적극적”

‘해외원조’라는 단어조차 낯설어 하는 현실을 감내하면서도 세계를 향한 나눔 실천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한국 카리타스’ 일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해외원조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그들은 해외원조를 어떻게 생각할까. 세계를 향한 사랑 나눔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을까. 1월 19일,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 함께 한 이들

총무 이창준 신부
부장 서창원(요셉)
국제협력부 신혜영(아녜스)
국제협력부 고정현(스텔라)
대북지원실무 정해진(로사)
홍보 김주연(데레사)
해외원조 후원 김태정(루시아)

▲ 카리타스라는 친숙한 이름 때문일까요? 우선 국제 카리타스가 생각나네요. 마침 작년에 국제 카리타스 총회에 다녀오셨죠.

- 이창준 신부 : 국제 카리타스 총회에서 많은 나라들이 한국 카리타스에 감사를 전해왔습니다. 비록 큰 규모의 지원은 아니었는데요. 도움을 받은 많은 나라 대표들이 고마움을 표할 때는 한국 카리타스가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 신혜영 : 한국 카리타스는 국제 카리타스의 162개 회원국 중 하나에요. 국제 카리타스 회원기구 중 실질적으로 나라밖 원조에 나서는 기구는 20개 정도 됩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뿐이고 한국 카리타스는 이 중 10위 정도에요. 겉으로 대단해 보여도 우리나라의 잠재력이나 역량을 보자면 미미한 수준이죠.

▲ 미미하다. 무엇이 문제죠?

- 신혜영 : 1993년부터 지금까지 15년 간 한국 카리타스의 해외 지원 현황은 거의 변함이 없어요. 경제성장에 비춰보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일선에 일하는 저희들도 분명 반성해야겠죠. 또 해외원조 필요성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아요.

- 김주연 : 신자들이 월드비전은 알아도 한국 카리타스는 모르는 현실이라는 것은 분명 반성해야 할 일이죠. 게다가 요즘 해외원조나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홍보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죠.

- 서창원 : 홍보를 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신자들이 해외원조주일에 봉헌하는 헌금이나 후원회원 성금을 지나치게 홍보활동에 쓰게 되면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도움 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후원회원 중에는 그런 점을 지적하는 분도 있습니다.

- 김주연 : 항의도 받은 적이 있어요. 10년간 꾸준히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기념품을 보내드렸는데 ‘이거 만들 돈 있으면 나한테 보내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내줘라’라는 전화 여러 통 받았습니다.

▲ 후원회원은 몇 명 정도죠?

- 김태정 : 현재 6700명 정도에요. 절반은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주고 계세요. 대부분은 천주교가 운영한다는 데 믿음을 갖고 도움을 주십니다. 천주교는 다른 어떤 종교나 기관보다도 신뢰를 받잖아요. 그 신뢰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모금을 해야 후원회원들이 늘어날 텐데요. 아직까지 뚜렷한 증가는 기대하지 못하고 있어요.

- 김주연 : 저희 후원회의 시작배경에는 1992년 한 할아버지가 아프리카 르완다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성금 200만 원을 직접 가져오신 적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목마를 태워주며 버신 돈이었는데 억지로 누구에게 떠밀려서 성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회원 대부분이 자발적이라는 점이 특징이죠.

▲ 한국 카리타스의 집중지원국인 방글라데시에는 여러 번 다녀오셨죠?

- 이창준 신부 : 현지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도 갖추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세계 곳곳에 정말 많다는 걸 알았죠. 우리가 연대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 빈곤에서 이제 벗어나 잘 살게 된 우리가 형제애로 돌봐야 할 많은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고정현 : 방글라데시의 한 마을에 갔을 때에요. 한 어른이 ‘멀리서 오신 형제여러분께서 저희에게 좋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데 가슴이 찡하더군요.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우린 형제라는 것, 가까이에 있고 같이 살고 그래서 이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창조하신 모든 민족이 형제고 가족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어요.

▲ 형제고 가족이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먼, 북한을 생각하게 하네요. 한국 카리타스는 2006년 11월부터 국제카리타스의 대북지원 추진 실무기구를 맡았는데요.

- 정해진 : 한국 카리타스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정치적인 상황과는 무관하게 직, 간접적으로 지속적인 북한 지원에 나서고 있어요. 다만 북한의 경직된 태도, 대북 지원에 대한 남측 내부의 찬반 논란 등 여러 갈등 때문에 정말 성실한 마음으로 북한 형제자매를 돕고자 하는 분들의 지향이 부각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죠.

- 신혜영 : 우리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의 상황과 다르지 않은데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많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고립된 나라, 고립된 사회에 세계로 향하는 창문을 달아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 김태정 : 아프리카의 이름도 모르는 나라는 도와줘도 절대 북한은 안 된다는 분들도 아직 많아요. 어떻게 이러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지 걱정이에요.

▲ 왜 ‘우리나라에도 불쌍한 사람 많은데 구태여 외국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나요?’

- 이창준 신부 :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하는 외국의 많은 사람들은 가난과 빈곤이 그들의 생명과 직결돼 있습니다. 없어서 굶어 죽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보는 아프리카 가난한 아이들의 모습이 성경의 거지 라자로와 무엇이 다른가요? 라자로와 같은 아이들을 보고 우리는 부자처럼 무관심해야 할까요?

- 김태정 : 우리가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후 해외로부터의 원조가 큰 힘이었죠. 우리가 받았기에 이제는 당연히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 신혜영 : 해외원조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국내 가난한 이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문제가 발생하죠. 단 돈 몇 천원 때문에 생명이 죽어가는 데 그것을 무관심하게 지켜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물론 우리나라의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 끝인가요.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무수히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것은 아무리 다 해도 부족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 서창원 : 보편교회인 우리는 어떤 인종이나 거리, 이념을 떠나서 생명과 관련된 일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해외원조를 하는 사람일수록 국내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도 후원을 많이 합니다.

▲ 해외원조주일을 지내는 나는 어떤 신자가 돼야 할까요?

- 신혜영 : 재해재난이 일어났을 때 피해를 보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이에요. 그들은 왜 피해를 입었을까요. 원인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모든 것이 가장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부가시키고 초래한다는 생각으로 내 사소한 생활 습관과 태도를 성찰하려 합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나눔의 단계에 미칠 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요? 초대교회 공생(共生)의 정신을 21세기 글로벌 사회에 똑같이 적용한다면 작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 고정현 : 해외원조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수준을 높이려면 대중매체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이야기가 가톨릭신문에 실리지 않았다면 누가 그 사람들의 현실을 알 수 있었겠어요. 물론 저희가 주체가 돼 매체와 협력해 나가야겠죠.

- 서창원 : 나눔도 습관이고 생활인 것 같아요. 사마리아인도 항상 마음속에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강도에게 상처 입은 사람을 돌봐준 것이 아닐까요? 마음으로부터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주연 : 나누기 어렵다는 것은 가진 것이 많기 때문이죠. 내가 사는 삶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가난한 사람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자들은 신부님과 수녀님 한마디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신부님, 수녀님들이 먼저 해외원조에 대해 넓은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인식을 전환해 신자들을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이창준 신부 : 나눔은 우리의 행복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전쟁과 자연재해로 피해가 극심한데 과연 내가 영위하는 평화가 오래갈 수 있을까요. 긴장은 곧 폭발하기 마련이에요. 재화라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것이고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올바로 나누라고 보낸 것이죠. 이제 행복한 투자에 나설 때입니다.

이승환 기자 swingle@catholictimes.org
사진 곽승한 기자 paulo@catholictimes.org